꾹의 블로그
2010년 7월 - 해당되는 글 3건
10/07/22   봉하마을 (6)
10/07/12   2010년 첫 손세차 (2)
10/07/07   올 여름 냉각 대비책_1 (3)
몇 달 전이었을 거다. '국민참여 박석신청에 대해 안내드립니다'란 제목으로 발송된, '노무현 재단'이 발송인으로 표기된 메일을 받았다. 묘역에 깔리게 될 박석. 며칠 생각하다 마땅한 문구가 떠오르지 않아 망설이고 주저하다 결국 '사랑합니다'라는 짧은 글로 신청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시간을 흘렀다. 여러 형태의 죽음이 있겠지만 '자살'에 대해선 참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암튼 계속 시간은 흘러갔다.

홍비와 함께 한 여행길에 그 아이의 기억에 남을 어딘가를 같이 가고 싶었다. 무엇이 기억에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신 후 나와 엄마의 손을 잡고 국화를 올려드렸던 어렴풋한 기억이 남아있을 홍비와 봉하마을로 향하기로 했다. 어디든 아빠와 함께 가면 그저 기분이 좋아지는 홍비와 그렇게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부르며 유치원 친구들 이야기에, 엄마 흉보기, 아빠 흉보기... 재잘거리는 홍비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바라본 들판은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는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충실하게 목적지로 인도하는 네비게이션은 남은 거리가 얼마되지 않음을 알려준다. 잠시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가는 곳곳 봉하마을로 향하는 정리된 이정표들이 있어 그리 큰 불편은 없다.

이제 노오란 바람개비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봉하마을이 시작됨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얼마 전 1주기 행사가 있었기에 여기저기 그것을 알리는 현수막 들이 붙어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그리움, 남아있는 자들의 각오들을 엿볼 수 있는 현수막들을 하나씩 읽어보는 홍비는 특유의 재잘거림으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온다. 알기 쉽게 대답은 해주지만 궁금증을 해소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다지 넓지 않은 주차장이긴 했으나 평일임에도 빈 곳이 거의 없었다. 한 바퀴 휙하니 돌아보는데 마침 길을 나서는 차량 자리로 빈 곳이 생겼다. 무사히 주차를 하고서 홍비의 옷매무새를 만져주고는 함께 차에서 내린다.

유명한 봉하빵을 판매하는 곳도 눈에 들어오고 마을 안내판도 보인다. 여전히 노란 바람개비들이 돌아가는 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보면 노대통령 기념관이 새로 개관했음을 알리고 있으며 사저로 올라가는 길도 나온다.


tv에 자주 등장했던 공간에 올라섰다. 추모탑이 보이고 여기저기서 올려놓은 꽃들이 가득하다. 홍비를 앞에 놓고 가져온 폴라로이드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아빠는 홍비가 찍어줄께'
홍비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나를 틀 안에 가두었다. 상하좌우 구도도 제법 잘 맞는다. 역시...

'그런데 발이 닿는 곳에 글자들이 있어'
박석을 보고선 홍비가 한 마디 한다. 신기했나보다. 곳곳에 적힌 글들을 제법 익숙하게 읽어나간다. 무언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뜻을 물어보고, 다른 곳에는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아야만 하는 성격 탓에 그리 많이는 읽어나가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기억된 대통령 할아버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겠지...

내 박석은 어디에 있을까? 문의라도 해볼까 싶었지만 '사랑합니다'란 글이 어디 한 두 개 뿐일까? 여기저기 다른 분들이 남긴 글들을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홍비와 손을 잡고 걸으며 이글 저글을 읽어나갔다.


이윽고 부엉이 바위 앞에 섰다.
'할아버지께선 저기서 떨어지셨어...'
'왜?'
'글쎄..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왜 뛰어 내리셨어?'
'글쎄... 아빠도 궁금해...'
'저기까지만 올라가 볼까?'
'그래, 저기까지만'
다소 높아보이긴 했지만 오르는 길이 훤하게 보였기에 홍비는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나보다. 어린 것의 손을 꼭 잡고는 며칠 전 내린 비로 약간은 젖어있는 길을 걸었다. 이따금 정토원까지 다녀오시는 분들이 홍비를 귀엽다 머리도 만져주신다.


정토원 가는 길과 대통령께서 떨어지셨던 곳으로 이어지는 작은 갈림길에 섰다. 내심 정토원 쪽으로 가보고 싶었지만 다섯살 어린 소녀에겐 힘이 들었나부다. 혹시나 미끄러질까봐 꼭 부여쥔 홍비의 손을 이끌고는 방향을 틀었다. 1년 여 시간은 지났고 그가 닿았던 흔적은 어느새 지워져버렸기에 무성히 자란 풀들만 가득하다.


조금은 빨라진 숨을 고르고는 다시 기념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영상 속에선 여전히 친근하고 옳은 소리 그대로 내뱉는 모습 그대로인데... 칭얼 거릴 줄만 알았던 홍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통령 할아버지의 모습에 집중한다. 기특하기만 하다...





그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민욱 10/07/22 17:51  R X
좀 너무한거아니슈? 5월, 1주기 때 다녀오셔놓고 7월이 다지나가는 지금 포스팅하는 것은..
그나저나 홍비 보고 싶네용.
poiu 10/07/23 11:33  R X
음...
정치는 잘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만, 저 노란색을 보면 제 딴에도 생각이 많네요.
홍비는 어디에 내놔도 배경과 참 잘 어울리네요.
F282870 10/07/23 21:34  R X
홍비가 많이 컸네. 점점 엄마도 닮아가는구만.
퀵실버 10/07/25 13:38  R X
홍비, 이제 숙녀네요. 다 컸어용.
miber 10/07/28 14:54  R X
전 어제 다녀왔습니다.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더군요.
오셨을 때 연락이라도 주실 것이지...
행복한 작은새 10/07/29 00:41  R X
홍비가.. 너무너무 이뻐요...
이름 ::   비밀번호 ::  
홈페이지 ::  
비밀글로 등록




벌써 7월도 12일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처음으로 손세차를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1월에 e38 740i를 구입하였는데, 당시는 너무도 춥고 걸핏하면 쏟아붇는 눈 때문에 세차는 엄두도 내질 못했습니다. 근데 가져온 차량의 도장 상태가 그닥 좋지 못하여 전체 도색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덕분에 검정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쭈욱 자동 세차기에 집어넣는 만행을 저질렀지요. ㅡ,.ㅡ;;

차일피일 미루던 전체 도색은 결국 6월이 되어서야 이루어졌습니다. 한 때 즐겁게 타고다녔던 쎄라토 유로의 색상이 검정이었습니다. 이후 절대로 블랙은 구입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중고차가 어디 생각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기에 740은 어쩔 수 없는 블랙이었습니다. 원래 색상은 COSMOSSCHWARZ METALLIC (303)입니다. 하지만 해외 포럼에서 e92 m3에 들어가는 carbon black(416)의 평이 너무 좋아 실물은 보지도 않고 선택을 했습니다. 은은하게 푸른빛이 감돈다는 말에 그냥 넘어간 것이죠.

암튼 그렇게 740은 깨끗한 모습으로 제게 다시 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비도 자주 왔고 바쁘다는 핑계로 출고된 이후로는 전혀 세차에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결승전 핑계도 있고 해서 퇴근하고 들어와 출고 석달을 향해 달리는 슬비 얼굴 한 번 들여다보고 세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랫만에 해보는 손세차... 새롭더군요. ㅋㅋ

암튼 비눗칠하고 휠 좀 닦아내고 물에 젖은 녀석을 지하주차장으로 끌고와서 왁스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불행은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소유했던 가장 큰 차량은 e34 530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녀석은 제가 가져본 가장 긴 차량인 셈이죠. 정말 길고 크더군요. 7시 30분에 우동 한 그릇 먹은게 마지막 저녁 식사였는데... 왁스칠 하면서 점점 지쳐가더군요. 크네... 엄청 크구만.. 드럽게 크구만.. 다시는 왁스칠 못하겠다.. 별별 푸념이 다 튀어 나옵니다.

11시40분에 시작한 세차는 12시 20분에 왁스칠로 접어들어 1시 20분이 되니 끝이 났습니다. 온 몸은 땀으로 젖어들고... 이제 벗겨내어야 하는데 팔이 후달거리면서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정말 들어가서 자고 싶은 생각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상황...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내며 안간힘을 써서 드디어 다 벗겨내었습니다. 휴....

왁스칠 하는데 한 시간 걸린 것이 벗겨 내는 것도 그만큼 걸리더군요. 다 벗겨내고 들어와 씻으려는데... 와우... 아닌밤 중에 난리를 피운 보람이 나타납니다. 그리 밝지 않은 상황임에도 휘황찬란한 광채를 느낀 것이죠. 그래, 이 맛에 검정차 타는 거야... 애써 위로합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카메라 챙겨들고 내려갑니다. 연신 셔터를 눌러 댑니다.

넵... 반딱반짝 광나는 것이 흘린 땀의 보람으로 되돌아오네요. 덕분에 오랫만에 운동도 하고... 어서 씻고 결승전 시청해야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한 주 시작하시길...
miber 10/07/20 02:33  R X
이제사 퇴근하고 들어와서 컴퓨터 켰더니 이런 글이 올라왔었네요. 고생하셨습니다. 근데 사진 없어요?
민욱 10/07/22 17:52  R X
다른 사이트엔 사진도 올려놓더니 정작 여기는 사진이 없네요?
이름 ::   비밀번호 ::  
홈페이지 ::  
비밀글로 등록




[이전 목록]   [1][2]   [다음 목록]

 | 관리자 | 새글쓰기

앗,,, 버려진 블로그!!
검색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87)
gguuk's life (187)
이땅의 문화재 (0)
방문자 집계
전체 315874 명
오늘 475 명
어제 13 명
글 보관함
달력
<<   2010 Jul   >>
S M T W T F S
27282930123
45678910
11121314151617
18192021222324
252627282930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링크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