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의 블로그
출근길이었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한산하기만한 도로를 유유히 달려 목적지를 1km 남짓 남겨놓고 도로 본선에 합류했다. 선암ic~선경아파트 사잇길로 이어지는 뚝방길을 따라 달려 오는 출근길이었다. 신호를 받아 합류하는 순간, 엔진 회전수가 600 정도로 극히 적은 상태였는데 순간적으로 1~200rpm이 상승했다. d모드에 있었기 때문에 차는 움찔거리며 앞으로 튀어나가려하고... '얘가 더위라도 먹었나?'하면서 짧게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같은 증상이 반복되었다.

아마도 흡기 계통 어딘가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동석군에게 전화를 했더니 예상했던 답변이 돌아왔다. 큰 무리는 없어 무사히 주차장에 넣었다. 엔진 후드를 열어서 여기저기 살펴봤지만 이음새가 벌어졌거나 빠진 부분이 없어 괜찮을 것이라 막연한 기대만 하고 올라왔다.

퇴근 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엔진 후드 다시 한 번 열어봤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증상은 같았다. 차량이 많은 도로에서 불쑥불쑥 튀어나가는 녀석을 달래느라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하마터면 롤스로이스 팬텀의 꽁무니를 추돌할 뻔 하기도 했고, 튀어나오는 아이와 부딛힐 뻔도... 문제가 뭘까 곰곰 생각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에어컨을 껐더니 엔진 회전은 정상... 음... 에어컨이구나...

파주엘 가야했기에 순간적으로 박사장님과 청호형님이 떠올랐고 전화를 드렸다. 다행이 휴가는 가지 않으셨다고, 그래서 1~2시간 안으로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리고 강변북로로 차를 올렸다. 제법 차량이 많았지만 그래도 6~70kph의 속도는 유지할 수 있었다. 에어컨이 문제이긴 하지만 너무 더웠기에, 계속 창문을 내리고 갈 순 없었기에 결국 에어컨을 틀었다.

거의 강변북로 끝자락에 도달할 무렵, 가속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속도는 점점 줄어들고... 계기판에 engine prog failure...이런 문구가 떴다. 헉... 이를 어쩌나... 2차선을 주행중이었기에 조심스레 차를 갓길로 옮겼다. 다행이 차량이 많지 않아 다른 차량의 주행에 방해는 되지 않았던 거 같다. 그렇게 차를 세우고, 에러 코드를 다시 한 번 읽고는 시동을 껐다. 엔진에 문제가 있을까? 뭐야... 냉각이 안된건가? 별별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차량을 리셋해보는 것이 전부.

리셋을 하니 에러코드는 더이상 뜨지 않았고 가속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속도는 80에 맞춰 크루징을 작동시켰고 계기판과 전방을 주시하며 3차선으로 주행했다. 에어컨을 켜는 것은 무서워 선룹을 열고 창문은 절반 정도 열어 그나마 시원하게 달려 목적지인 박사장님 가게 앞에 이르렀다. 이제 신호받아 유턴만 하면 끝인데.. 정차 중 시동이 꺼져버렸다. 이건 또 뭔 상황... 다행이 다시 시동을 걸어주니 괜찮았다.

그렇게 무사히 도착하여 증상을 박사장님께 설명해주니 스캔을 시작했다. 에러메시지가 스캐너에 줄줄이 뜨기 시작한다. auxilary fan control unit을 시작으로 에어매스, 각종 온도 센서... 이거 갑자기 돈달라고 보채는 아이의 모습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런데 박사장님이 보조팬이 돌지 않는 것을 발견하셨다.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보더니 전류는 흐르지만 팬이 돌지 않고 때문에 냉각이 되질 않아 그 뒤의 에러 메시지가 나타나는 것 같다는 의견을 주신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혹시 부품이 있을지 물었더니 당연히 없다는...


돌아오는 길은 외기온이 25도를 밑도는 선선한 시간에 출발했다. 동이가 끝나고 이것저것 챙겨 나왔으니 11시 30분쯤 되었을거다. 휴가철과 한밤중에 조합되어 외곽순환은 적어도 100kph의 속도는 유지할 수 있을만큼 한산했다. 당연히 에어컨을 끄고 선룹만 열고 주행하는데 이번엔 dcs 로고가 계기판에 들어온다. 하이패스 통과해서 갓길에 정차해서 시동을 껐다켜니 사라졌지만 115kph를 넘기면 다시 점등... 모두 3번을 테스트했음에도 결과는 동일.

눈뜨면 메이저에 바로 집어넣어야겠다. ㅡ,.ㅡ;;
퀵실버 10/08/03 11:59  R X
ㅎㅎㅎ
올 것이 왔습니다. 여름... BMW에겐 지옥의 계절일 수 있겠죠. 특히 열이 많은데 거기에 8기통이니... 모쪼록 치유 잘 해서 건강하게 되길 바래요.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아마도 센터에선 통으로 갈아버릴테니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다른 곳은 팬만 갈아주겠지요?
F282870 10/08/09 02:40  R X
팬텀 박아놓고 '경험기' 올려놓으면 대박 될 것 같았는데...
10/08/11 01:14  R X
간단하게 해결했습니다.

540에서 탈착된 팬에서 모터만 그대로 이식해서 장착했습니다.
팬텀 사고 경험기는 아마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겠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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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이었을 거다. '국민참여 박석신청에 대해 안내드립니다'란 제목으로 발송된, '노무현 재단'이 발송인으로 표기된 메일을 받았다. 묘역에 깔리게 될 박석. 며칠 생각하다 마땅한 문구가 떠오르지 않아 망설이고 주저하다 결국 '사랑합니다'라는 짧은 글로 신청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시간을 흘렀다. 여러 형태의 죽음이 있겠지만 '자살'에 대해선 참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암튼 계속 시간은 흘러갔다.

홍비와 함께 한 여행길에 그 아이의 기억에 남을 어딘가를 같이 가고 싶었다. 무엇이 기억에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신 후 나와 엄마의 손을 잡고 국화를 올려드렸던 어렴풋한 기억이 남아있을 홍비와 봉하마을로 향하기로 했다. 어디든 아빠와 함께 가면 그저 기분이 좋아지는 홍비와 그렇게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부르며 유치원 친구들 이야기에, 엄마 흉보기, 아빠 흉보기... 재잘거리는 홍비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바라본 들판은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는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충실하게 목적지로 인도하는 네비게이션은 남은 거리가 얼마되지 않음을 알려준다. 잠시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가는 곳곳 봉하마을로 향하는 정리된 이정표들이 있어 그리 큰 불편은 없다.

이제 노오란 바람개비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봉하마을이 시작됨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얼마 전 1주기 행사가 있었기에 여기저기 그것을 알리는 현수막 들이 붙어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그리움, 남아있는 자들의 각오들을 엿볼 수 있는 현수막들을 하나씩 읽어보는 홍비는 특유의 재잘거림으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온다. 알기 쉽게 대답은 해주지만 궁금증을 해소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다지 넓지 않은 주차장이긴 했으나 평일임에도 빈 곳이 거의 없었다. 한 바퀴 휙하니 돌아보는데 마침 길을 나서는 차량 자리로 빈 곳이 생겼다. 무사히 주차를 하고서 홍비의 옷매무새를 만져주고는 함께 차에서 내린다.

유명한 봉하빵을 판매하는 곳도 눈에 들어오고 마을 안내판도 보인다. 여전히 노란 바람개비들이 돌아가는 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보면 노대통령 기념관이 새로 개관했음을 알리고 있으며 사저로 올라가는 길도 나온다.


tv에 자주 등장했던 공간에 올라섰다. 추모탑이 보이고 여기저기서 올려놓은 꽃들이 가득하다. 홍비를 앞에 놓고 가져온 폴라로이드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아빠는 홍비가 찍어줄께'
홍비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나를 틀 안에 가두었다. 상하좌우 구도도 제법 잘 맞는다. 역시...

'그런데 발이 닿는 곳에 글자들이 있어'
박석을 보고선 홍비가 한 마디 한다. 신기했나보다. 곳곳에 적힌 글들을 제법 익숙하게 읽어나간다. 무언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뜻을 물어보고, 다른 곳에는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아야만 하는 성격 탓에 그리 많이는 읽어나가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기억된 대통령 할아버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겠지...

내 박석은 어디에 있을까? 문의라도 해볼까 싶었지만 '사랑합니다'란 글이 어디 한 두 개 뿐일까? 여기저기 다른 분들이 남긴 글들을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홍비와 손을 잡고 걸으며 이글 저글을 읽어나갔다.


이윽고 부엉이 바위 앞에 섰다.
'할아버지께선 저기서 떨어지셨어...'
'왜?'
'글쎄..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왜 뛰어 내리셨어?'
'글쎄... 아빠도 궁금해...'
'저기까지만 올라가 볼까?'
'그래, 저기까지만'
다소 높아보이긴 했지만 오르는 길이 훤하게 보였기에 홍비는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나보다. 어린 것의 손을 꼭 잡고는 며칠 전 내린 비로 약간은 젖어있는 길을 걸었다. 이따금 정토원까지 다녀오시는 분들이 홍비를 귀엽다 머리도 만져주신다.


정토원 가는 길과 대통령께서 떨어지셨던 곳으로 이어지는 작은 갈림길에 섰다. 내심 정토원 쪽으로 가보고 싶었지만 다섯살 어린 소녀에겐 힘이 들었나부다. 혹시나 미끄러질까봐 꼭 부여쥔 홍비의 손을 이끌고는 방향을 틀었다. 1년 여 시간은 지났고 그가 닿았던 흔적은 어느새 지워져버렸기에 무성히 자란 풀들만 가득하다.


조금은 빨라진 숨을 고르고는 다시 기념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영상 속에선 여전히 친근하고 옳은 소리 그대로 내뱉는 모습 그대로인데... 칭얼 거릴 줄만 알았던 홍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통령 할아버지의 모습에 집중한다. 기특하기만 하다...





그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민욱 10/07/22 17:51  R X
좀 너무한거아니슈? 5월, 1주기 때 다녀오셔놓고 7월이 다지나가는 지금 포스팅하는 것은..
그나저나 홍비 보고 싶네용.
poiu 10/07/23 11:33  R X
음...
정치는 잘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만, 저 노란색을 보면 제 딴에도 생각이 많네요.
홍비는 어디에 내놔도 배경과 참 잘 어울리네요.
F282870 10/07/23 21:34  R X
홍비가 많이 컸네. 점점 엄마도 닮아가는구만.
퀵실버 10/07/25 13:38  R X
홍비, 이제 숙녀네요. 다 컸어용.
miber 10/07/28 14:54  R X
전 어제 다녀왔습니다.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더군요.
오셨을 때 연락이라도 주실 것이지...
행복한 작은새 10/07/29 00:41  R X
홍비가.. 너무너무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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