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의 블로그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제법 묵직한 통증이 온몸에 전해온다.
허리, 목, 어깨... 심지어 종아리까지. 무슨 일일까? 골프를 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911 turbo때문이었다.
전날 밤, 온몸의 신경을 집중시켜 군산까지 향하지 않았던가.
0-200km/h까지의 가속이 10초도 걸리지 않는 그야말로 몬스터급 포르쉐는
꾹에게 이런 고통만을 남겨주었다.
웃음이 지어진다...

언제 내가 다시 911 turbo의 핸들을 잡을 기회가 있을까? 홍비 시집 보내기 전까지는 힘들겠지.
숨막히던 느낌을 그대로 전하기란 쉽지 않다. 차라리 이렇게 몇일의 시간을 두고 그 느낌을
음미하는 것이 되려 쉬운 것일지도 모른다.
아우디며 비머, 멜치데쓰의 제원은 줄줄 꿰면서도 정작 포르쉐는 관심 밖이었다.
범접할 수 없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ㅋㅋㅋ

조 선생님의 배려로 911 turbo의 운전석에 몸을 실었다. 사이드 미러의 각을 조절하고,
시트에 자세를 맞춰잡는다. 손길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그렇지. 차값만 12배가 넘는데...
왼손으로 돌리는 시동키는 흥미롭다. saab의 그것도 재밌지만 역시 포르쉐의 느낌은 새롭다.
2분 정도의 예열이 끝난 후, 액셀 패들에 발을 올려놓는다.
박서 엔진이 들려주는 엔진음과 배기음의 조화는 그 자체가 사운드라더니...
강남 거리를 벗어나는 동안은 차라리 일반 세단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낮은 시트 포지션은 왠지 갑갑하다. 창을 열고 선룹도 젖힌다.
기계 조작이라면 흥미진진하지만, 이것은 내 차도 아니기에 전방을 주시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가 없다. 들려나오는 스탄 겟츠의 음악에 고개만 까딱거릴 뿐.

시내보다는 한산해졌다. 순간순간 부스트를 높여본다.
와우...라는 반응이 올 줄 알았지만 큰 감흥은 없다. 꾹의 유로나 별 차이가 없는 듯.
과천으로 빠지는 길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보다는 일반 도로를 택했다.
신호가 많기는 하지만 코너링 테스트하기에도 그럭저럭 쓸만하고, 차들이 없어서 무엇보다 좋다.
돌아본다. 속도가 그다지 높지않아서인지 역시 별 감흥이 없다.
칫... 911 turbo도 별거 아니군... 자만이다... ㅋ

그렇게 뚫고 또 뚫어서 외각순환도로에 올라섰다. 하나, 둘의 터널을 지나고 서해안 도로에 이른다.
티켓을 뽑아서 조수석에 던져두고 앞으로 뛰쳐나가보지만 영동 고속도로와 만나는 곳이라
첫 번째 고개도 넘지 못한다.
잠시 후, 우리의 주행을 위해서란 기분이 들만큼 길이 열린다.
3단으로 달려볼까 싶지만... 꾹의 것이 아니기에...
4단으로 높이고 풀 스로틀...
우............어..........
드디어 박력에 넘치는 주행이 시작된다. 순식간에 첫 번째 고개를 넘고,
두 번째 고개까지 이르는 것도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다.
군포에 이르면서 차량이 많아져서 다시 서행.
tg 한대가 뒤 꽁무니에 달라붙는다. 하지만 옆을 달리는 유로, 투스카니에 놀라 이내 꼬랑지를 내린다.
다시 열린 길을 따라 부스트를 높인다. 와우...
그럴싸한 고속 코너가 나온다.
물론 타이어 상태도 있었지만 어정쩡하게 돌면 분리대라도 받을 듯하게
유로로 돌았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911 turbo는 그런 나를 비웃듯 예리하게 돌아나간다. 이것봐라...
시내에선 불편했던 낮은 시트 포지션이 더욱 마음에 든다.
다시 직선. 투스카니가 앞서 나간다. 유로도 앞서기 시작한다.
5단에서 4단으로 낮추고 다시 풀 스로틀. 다시 5단. 투스카니, 유로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완만한 코너. 두 대가 모두 브레이크를 밟으며 감속한다. 하지만 그대로 돌파.
기대대로 돌아나간다. 코너에서 빠른 차가 진정 빠른차라던가?
횡g, 이런거 필요없다. 잡아채면 채는데로 돌아버린다. 와우...

카메라 하나 지나고, 석대가 1,2,3차선을 모두 점했다. 이른바 롤링 스타트.
가벼운 유로가 조금 앞서는 듯 싶지만 그런 꾹을 투스카니가 앞서기 시작한다.
다소 버겁다. 직진에서는 투스카니의 출력을 못잡나보다. 하긴 2톤이 넘는 육중한 체구이니...
5단을 유지하고 코너가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래, 코너에서 잡아야지.
하지만 코너에 이르기도 전에 거리가 좁혀진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poiu 07/03/22 13:52  R X
언제쯤 올라오나 목이 빠지고 있었습니다. 1부는 여기까지에요?
어여 쓰세요.
역시 튜닝의 매력이란 장난 아니네요. 911 터보와 직선에선 빠지지 않고 달려주다니...
진짜루 스팟까지 가시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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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을 한 시간 남긴 무렵... f282870님께 전화를 드렸다. 마침 전화를 하실라고 하셨다는데, 마치고 학원쪽으로 오시겠단다. 바쁘신 양반들이 직접 찾아오신다니...

꾹을 기다리고 계신 세 분의 중년들은 왠지 상기된 듯 보였다. 반갑게 꾹을 맞아주시는데...
하지만 정작 꾹을 놀라게 한 짙은 블랙톤의 포르쉐!!!
oh my god!!! 911 turbo!

포르쉐 터보였다. 그것도 수동 버전.
saab 9-3 카브리올레를 저질러 놓으시고, 마침내는 참지 못하고 05년식 버전을 구입해버리셨단다. 한 밤중 임에도 반질거리는 검정의 광택은... 포스 그 자체!!!

911 터보가 어떤 녀석인가. 순정임에도 400마력이 넘는 가공할 힘과 엄청난 토크를 쏟아붇는, 그야말로 괴물 아니던가. 극구 사양을 했지만 시승을 허락하셨다. 사실, 이런 녀석은 무섭기만 하다. 잘못 돌이라도 튄다면... ㅡ,.ㅡ

클러치의 느낌, 답력이 상당하지만 의외로 괜찮다. 클러치가 미트되는 지점을 느낄 수 있다. 기어가 들어가는 느낌도 좋은 편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뭐랄까 정확한 제어가 별 거 아니란 일종의 자신감을 준다. 푸훗... 포르쉐도 별거 아니란 느낌. 와우...

짧은 순간의 시승이었지만 코너를 탈 때의 느낌은 색달랐다. 레일 위를 따라 매끄럽게 돌아주는 그 느낌이란... 이래저래 큰 일이다. 포르쉐 타믄 다른 차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텐데... ㅋㅋ

하지만 2톤에 가까운 무게 때문에 직진성은 큰 감흥은 없었다. 물론 11시라고는 해도 시내 도로에서 직진성을 느껴볼 겨를이 없었다. 확실하게 들어가는 힐&토의 느낌에 감탄사만 날리다 시승을 마칠 수 밖에 없었다. ㅡ,.ㅡ

아침에 홍비랑 잠깐 밖에 놀아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대치동 일대를 한 바퀵 휙 도는 수준에서 시승을 마칠 수 밖에 없었다. 화요일 저녁의 드라이빙을 약속하고...
poiu 07/03/19 10:01  R X
첫 느낌에서만큼 강한 뽀스를 날리는게 포르쉐만한 차가 있을까요? 게다가 터보버전이라믄...
07/03/19 23:23 X
왜 없겠습니까? 유로가 있잖습니까!!! ㅋㅋ
정민욱 07/03/19 12:27  R X
근데 사실 포르쉐 터보의 가속력은... 60r 420whp보다 들할 겁니다.
코너링이야 비교가 안되겠지만... 무게도 그렇구...
07/03/19 23:24 X
60r은 조수석에 실려본게 전부라서 모르겠구요,
포르쉐는 한 2km 돌아본게 전부라서 또 모르겠습니다만,
가속력은 생각보다는... 입니다. ㅋㅋ
내일, 고속도로를 따끈하게 달궈보고 보고토록 합지요.
퀵실버 07/03/19 12:50  R X
깜장의 광빨 뽀스를 자극하는......
오우...
튜닝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시겠습니다. ㅋ!ㅋ!ㅋ!
예전에 드래그하러 다닐 때 알던 폴쉐 터보도 튜닝의 세계로
한 발짝 내딛고는 인생이 바뀌더군요.
한 550마리까지 쭈욱 키워보심이....

부러운 건 그것을 버틸 수 있는 수동 미션을 달고 있다는 점이죠^^,
07/03/19 23:25 X
쎄미 m5를 모시던 관록으로... ㅋㅋ

수동 미션은 축복이자 재앙이겠죠. ㅋㅋ

내심 700까지 꼬드겨볼 작정입니다만^^,
f282870 07/03/19 21:26  R X
아니나 다를까, 달아올랐습네요 그려...

저도 걱정입니다. 마흔 초반에 포르쉐를 알게 되어, 그 끝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사실, 저도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07/03/19 23:26 X
설마 흔들리시기까지야...
내일밤 커피와 함께 토론을 해봐야겠습니다^^,
과객 07/03/20 13:24  R X
참으로 멋진 기억이겠습니다. 내용을 보니 오늘 드라이빙을 하실 작정이신가 봅니다. 우연이라도 마주치길 기대합니다만... 저는 검정색 04년식 수동 M3입니다. 주로 중부선을 탑니다. 그리고 중부선 멤버이기도 합니다.
07/03/20 14:32 X
그저 커피 마시러가는 작은 드라이빙일 따름입니다^^,
중부선 멤버들 몇 분 만남의 광장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
다들 좋은차 즐겁게 타시더군요...
말들 구경하느라 시간가는줄도 몰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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